산쿠와사바아로 가는 길

산쿠와사바아 사바포카리 마을 1구의 유일한 식수 공급처

가난과 재난에 취약한 나라, 네팔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라는 히말라야산맥으로 기억되는 나라 네팔.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힌두교를 믿고, 신분제도인 카스트의 영향 속에서 살아갑니다. 네팔은 인구 100명당 1명이 자연재해 피해를 입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재난에 가장 취약한 국가이자,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2005년부터 네팔의 취약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물과 위생사업, 재난예방 및 경감사업, 인식개선사업과 같이 다양한 개발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왔는데요. 지난 4년간 진행했던 네팔 다일렉 지역의 물과 위생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신규 사업지역을 지정하기 위해 네팔 동북부에 위치한 산쿠와사바아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1시간 30분 비행 후 도착한 비랏나가르 공항. 이곳에서 신규 사업지 산쿠와사바아의 도청 소재지 카드바리까지는 차량으로 6시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는데요. 산 넘고 물 건너 아스팔트 길과 비포장도로를 지나 구불구불 산길까지 오르고 나서야 마주한 카드바리. 하지만 이곳이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근처 숙소에서 하루를 묵은 뒤 아침 일찍 신규 사업지인 산쿠와사바아 사바포카리 마을을 향해 비포장도로를 두 시간 달렸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네팔적십자사가 진행하는 취약성 역량평가¹⁾에 참여하며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고충은 물 부족, 원숭이 공격, 병충해, 산사태, 홍수, 설사 등이었습니다.

1)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재난위험요인, 취약성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의 역량을 평가

왕복 1시간을 걸어 물을 길어오는 사람들

우리는 마을 상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식수원과 마을 곳곳을 둘러봤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깎아지른 듯한 산길을 매일 30분 이상 걸어 도착한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야만 했습니다. 식수는 대부분 여자가 담당하는데 이런 과정을 하루 5~6번 반복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입니다. 이곳에서는 빗물도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빗물을 모아 가축에게 주거나 설거지를 하기도 했는데요. 화장실을 지어놓고도 물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볼일을 보기 위해 근처 풀숲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물만이 아니라 위생 습관이 부족한 이 마을은 대한적십자사와 네팔적십자사의 도움이 아주 절실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한 집의 모습은 큰 충격을 줬습니다.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집은 비도, 바람도 제대로 막아주지 못했는데요. 마치 가축우리처럼 보이는 이곳에 부부와 젖먹이, 4살짜리 아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도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 돈 200만 원이면 살만한 집을 지을 수 있지만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남편의 수입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간 사탕 한 봉지를 정신없이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 우리가 줄 수 있는 도움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 마을 현장 답사
• 마을 현장 답사
• 마을 현장 답사
• 산쿠와사바아 지방정부 및 네팔적십자사와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협력 의지를 확인
• 산쿠와사바아 지방정부 및 네팔적십자사와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협력 의지를 확인
• 산쿠와사바아 지방정부 및 네팔적십자사와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협력 의지를 확인
• 네팔적십자사가 마을 주민과 함께 취약성 역량평가를 실시하는 중
• 비포장 산길이 유일한 통로인 사바포카리 마을로 가는 길

작은 관심, 큰 영향 ‘해외개발협력’

우리는 산쿠와사바아에 머무르며 조사한 취약성 역량평가 결과를 지방정부 관계자와 공유하고, 앞으로 시작할 신규사업을 위해 지방정부, 주민들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냈습니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우리를 만나기 위해 1시간 이상을 달려온 지방정부 관계자,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간절함을 봤습니다. 그들의 간절함 속에서 네팔 일정의 고됨을 불평하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일상의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우리 이웃을 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산쿠와사바아 신규 사업은 기초 조사를 마치고 올해 7월부터 시작됩니다. 예산 규모는 4년간 10억 원으로, 식수원을 찾아 집마다 연결하는 식수 시설 건설과 화장실과 개수대 건축 외에도 위생 습관 확산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됩니다. 취약계층의 생계지원을 위한 활동, 취약성 역량평가에 나타난 다양한 재난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여성, 장애인 차별 철폐 등의 사회적 통합 활동도 실시될 예정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발전된 농업기술도 습득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이전의 물과 위생사업을 통해 이뤄낸 경험으로 우리의 도움이 이 지역의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작은 지원과 관심이 산쿠와사바아 사바포카리 마을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