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다시 희망을 쓰는 울진

‘산불, 그 후 1년’ 지친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지난 4월 20일, 울진군 북면사무소 하당출장소는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봉사원들로 분주합니다.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재민을 위로하고 이들의 일상 회복을 돕고자 모인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소속 봉사원들입니다.

하당출장소 건물 한편에는 수거해 온 빨랫감이 가득 쌓여있는데요. 이곳은 이재민과 고령의 어르신을 대신해 겨울철 이불을 세탁하는 봉사현장입니다.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춘 세탁차량에서 이불 빨래가 끝나면 적십자봉사원들이 따스한 햇볕에 한 번 더 말린 후 각 가정으로 전달합니다. 이날 적십자봉사원들은 임시주택에 살고 있던 이재민들에게 깨끗한 이불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했습니다.

급식지원차량에서는 적십자봉사원들이 닭 손질과 재료 준비에 한창입니다.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줄 삼계탕 200인분을 정성스레 끓여내는 중인데요. 거동이 불편해 급식현장까지 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서 직접 임시주택과 마을회관에 삼계탕 배달도 나섰습니다. 삼계탕 한 그릇에 가득 담은 위로가 이웃들에게 전해져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대한적십자사가 꾸준한 관심과 지원으로 함께하겠습니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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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독, 봉사

  
  경북지사 울진군지구협의회 이미향 봉사원
  

  1년 만에 다시 찾은 울진, 아직도 그날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저는 산불 발생 기간 매일 현장을 찾아 소방대원, 이재민, 군인 등을 위해 급식 지원을 했는데요. 화재 현장을 진압하고 와서 손을 덜덜덜 떨면서 식사하던 소방대원의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팠고, 적십자 급식지원차량과 멀지 않는 곳에서 불길이 솟아 오를 때면 무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어도 현장을 다시 찾게 되는 건 봉사의 기쁨 때문인데요. 봉사는 마치 중독 같습니다. 열흘 동안 몇만 명의 끼니를 만들면서도 힘든지도 모르고 했으니까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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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근심까지 세탁해 드립니다

  
  경북지사 울진군지구협의회 김경희 봉사원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겨울 이불 빨래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빨랫감을 들고 계단을 여러 번 오르다 보면 체력 소모도 꽤 큰 편인데요. 그렇지만 뽀송해진 이불을 받고 좋아하실 이웃들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다시 내게 돼요. 고령의 어르신들은 세탁기를 돌리는 것보다 빨랫감을 꺼내서 너는 일이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난 3월, 울진에서 세탁 봉사를 진행했을 때입니다. 한 어르신이 깨끗해진 이불을 받아들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시는 겁니다. 저는 단지 열의만 가지고 한 일인데 그 분의 진심 어린 인사에서 우리의 봉사가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현장이라면 휴가를 내서라도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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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준비된 봉사원입니다

  
  경북지사 포항시지구협의회 최연희 봉사원
  

  저는 매주 월요일마다 포항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급식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시에도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재난이 닥쳤을때 일사천리로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었어요. 작년 울진 산불 발생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루 한 끼 2,000인 분의 식사를 만들어야 할 때도 적십자봉사원들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지 1년 후, 다시 이곳을 찾아 이재민을 위한 삼계탕을 준비해봤는데요. 다시 마주한 이재민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제가 더 힘을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