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따스한 햇살이 겨울을 밀어내고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맞이한 봄은 어느 때보다 더 큰 희망을 품게 합니다.

그러나 지구촌 도처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희망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1년을 넘긴 가운데 에너지 위기와 불안한 국제 정세,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습니다. 지난 2월에는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무려 5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200만여 명의 이재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국내 역시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심각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도 시급합니다. 대한민국의 초고속 성장의 그늘에는 저출산, 노인빈곤율, 자살률 등의 문제가 산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당 26.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입니다. 수원 세 모녀 사건,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독거노인 등 복지사각지대의 비극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복지 공백을 촘촘히 메우는 일에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인도주의 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빛을 밝히는 노력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동급식차량과 헌혈버스 제작을 위해 써달라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마음을 전한 가수 이승기 씨, 평소 절약하며 모아둔 돈을 망설임 없이 선뜻 내놓은 익명의 기부자, 형제의 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지원에 함께하기 위해 기부에 참여한 많은 개인과 기업 등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희망적입니다.

이처럼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나눔과 기부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나눔을 크기에 상관없이 실천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눔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의 연대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줄을 잇기를 바라며 올봄, 따뜻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합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신 희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