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아홉남매 후기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영동 아홉 남매 중 둘째인 영은입니다. 제게는 소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우리 11명의 가족 모두가 마음 편하게 쉬거나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집을 갖는 거예요. 그런데 지난 6월, 요원할 줄만 알았던 소원이 선물처럼 눈앞에 이루어졌답니다. 이웃의 사랑과 나눔 덕분에 감전의 위험과 곰팡이로부터 깨끗하고 안전해진 집, 무엇보다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이 있는 집으로 대변신했거든요. 많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서 이루어진 그 기적의 이야기를 지금 들려드릴게요. (본 사연의 대상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영동 아홉 남매 가정의 주거개선 이야기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만든
아홉 남매의 러브하우스
11평의 집, 11명의 가족
오늘따라 유난히 신나 보이는 동생들을 보니 고대하던 그 날이 밝았나 봅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요? 바로 저희 아홉 남매가 그토록 기다리던 집수리가 끝나는 날이에요.
언제 지었는지 모르는 낡고 위험한 이 집에 우리 가족이 이사 온 지도 벌써 4년이 지났어요. 처음에는 단칸방에서 방 두 칸의 집으로 이사하는 거라서 마냥 좋고 행복했지만, 저희가 커 갈수록 낡은 집은 좁아지고 위험해졌습니다. 벽을 타고 번져가는 곰팡이는 어린 동생들의 건강을 위협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외부로 노출된 낡은 전선에 감전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됐죠. 부엌과 싱크대는 턱없이 작고 망가져 11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제약이 많았습니다.
가족이 다 같이 모여 편히 밥을 먹는 것도, 여유롭게 잠자리에 드는 일도 쉽지 않은 우리 집.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지만, 제일 큰 고민은 공부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당장이라도 내 방을 달라고 떼쓰고 싶어도 경제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내색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올해는 지적장애 2급인 오빠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더이상 국가 지원으로 언어·인지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었거든요. 오빠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빠는 하지기능장애 6급 판정을 받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종일 소일거리를 찾아다니세요. 매일 한숨이 깊어지는 부모님께 힘이 되고 싶어 저와 셋째는 집안일과 동생 돌보기를 도맡아 하고 있어요.
깨끗해진 집에서 찾은 새로운 꿈
그래도 다행인 건 가끔 부모님이 활짝 웃는 날이 있다는 거예요.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봉사원분들이 찾아오는 날이죠. 지난 4월에는 적십자봉사원분들이 막내의 백일상을 직접 차려주시기도 했고요. 몇 달 전에는 우리 사연을 올려 집 수리를 위한 모금을 진행해주셨답니다. 덕분에 많은 분의 도움과 적십자의 추가 지원으로 공사가 시작될 수 있었어요.
외벽으로 튀어나온 전기 시설 정비와 싱크대 공사 그리고 장판·도배까지 마친 집은 몰라보게 깨끗해졌어요. 동생들은 친구들을 불러 새로 단장한 집을 자랑하느라 바빴고, 엄마는 넓어진 싱크대 덕분에 편해졌다며 솜씨를 발휘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죠. 그중 저희 아홉 남매가 제일 반가워 한 건 새로 생긴 공부방이에요. 방치된 외양간을 헐고 그 자리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8평짜리 공부방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공사가 끝난 후에도 적십자봉사원분들은 집에 찾아와 꼼꼼하게 집안을 살펴주셨어요. 하루는 학습에 도움이 될만한 로봇 교구와 수 십권의 책, 학용품 그리고 응원의 편지가 든 커다란 상자를 들고 오셨는데요. 그 상자를 하나씩 열며 환하게 웃는 부모님과 동생들의 모습을 보자 나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 역시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은 되돌려 주자고 결심하게 되었죠. 소중하게 얻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길은 열릴 거라 믿어요. 저와 우리 가족이 다시금 희망을 품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도록 사랑을 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아홉 남매가 씩씩하게 커가는 모습도 꼭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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