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자료실
넘치는 그리움, 북녘에 띄우는 편지
함께하는 RC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유전자 검사 현장
주황빛 능소화가 활짝 핀 어느 여름날, 구로구의 한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능소화의 꽃말처럼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70여 년의 세월을 보낸 이산가족 어르신의 영상편지 촬영 현장을 담기 위해서였는데요. 고향을 잃고 가족과 헤어진 그날을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전하는 모습에 이내 마음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노인이 되었을 동생들에게
“나는 잘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우리 한번 꼭 만나자고.”
작은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며 북녘 고향에 두고 온 여동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담담하게 전하는 박모 씨. 70여 년 전 헤어진 할아버지의 나이도 훌쩍 넘긴 그는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백령도에서 바라보면 지척인 북한 황해도 장산곶 이 고향이라는 박모 씨는 1·4 후퇴 때 아버지, 작은아버지와 함께 작 은 배를 타고 인천으로 피란했습니다. 당시 나이가 많으셨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피란길에 오를 수 없자 어머니, 여동생, 사촌 동생은 고향에 남았던 것인데요.
“금방 다시 돌아갈 줄 알았습니다. 혹여나 살아 계시다면 어머니가 제 일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사진이라도 가지고 나왔을 텐데….”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는 이산가족 생전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기록·관리하고 향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측과 합의 후 북측 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2005년부터 영상 편지 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총 2만 4,000여 편의 영상을 제작했으며 올해도 희망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연을 영상으로 남기고 있는데요. 박 모 씨도 이 영상을 동생들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실낱 같은 희망으로 영상을 남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기록을 남기는 이산가족 1세대
이산가족 영상편지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영상으로 편지를 쓴다 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황상원 대리는 “이산가족의 애절한 사연을 현장에서 듣다 보면 이산의 고통 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된다”며 “영상편지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고령화된 이산가족 1세대의 기록을 남긴다는 취지에서 뜻깊다”고 강 조했습니다.
더불어 이산가족 1세대가 사후에라도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가족관 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희망 자를 대상으로 혈액, 모발 등을 채취해 분석한 유전자 정보를 통일 부 이산가족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합니다. 이는 향후 북측 가족의 데이터베이스를 매칭했을 때 혈연관계를 찾는 방식으로 진 행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는 이산가족 사 진 복원 사업, 이산가족 초청 행사 등을 통해 이산가족의 마음을 위 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측의 호응이 있다면 언제 라도 교류할 수 있도록 화상 상봉장 관리를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인도협력국 이산가족과 이병옥 사무관은 “고령화로 한 달에 약 300명 정도의 이산 1세대 분들이 사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기 대수명이 낮아 이산가족분들이 북측가족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기대 감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라며 “이산가족에게는 시간이 많이 없 기 때문에 시급성을 감안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명절이 되면 이불 속에서 홀로 눈물을 훔쳤다는 이산가족 어르신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습니다. 분단의 고통과 이산의 아픔은 여전히 현 재진행형입니다.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하루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남북관계의 개선과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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