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을 진료합니다.

Interview 

 

 

 

 

18년간 공공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신동규 과장. 의술을 넘어 마음을 치유하는 인술로 환자를 품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차별 없는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걸어온 그의 길을 함께 따라가 봤습니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 


 

 

신념과 맞닿은 순간, 공공병원 의사가 되다

 

노숙인에게 무료 암 수술을 한 뒤 사비를 털어 월세까지 건넨 의사.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신동규 과장의 선행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 졌습니다. 신동규 과장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 건 그에 게 있어 환자는 이웃이자 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공공의료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3년 사립 병원인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당시 외과 과장이 서울 의료원을 추천했고 2004년 신동규 과장은 서울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공공병원은 사립병원보다 의료환경은 열악했지만, 신 과장은 의료사각지대의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자신의 신념과 잘 맞 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에는 직업 십계명이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 장자리로 가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십계명이 신념이 되어 저를 공공병원에 머물게 했습니다.” 

 

2014년부터는 서울적십자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 의 진료실을 가장 자주 찾는 이는 외국인 노동자와 쪽방촌 노인들 입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252만 명 중 90% 이상이 돈을 벌기 위해 장·단기로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이들의 의료환경은 매 우 취약합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고로 우리 사회의 온갖 궂은 작업장의 일이 돌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저는 외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수술을 다 진행하 고 있는데요. 제가 위암 전공이라고 해서 다른 암 환자를 대학병원으 로 가라고 했다면 그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포기하고 한국 땅 을 떠나야만 했을 겁니다.” 

 

 

 

 

공공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은 큰 자부심 

 

신동규 과장은 공공병원에서 오래 일한 만큼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 습니다. 십이지장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퇴원 후 갈 곳이 없다는 이 야기를 듣고 신 과장은 자신의 지갑을 열어 한 달 치 월세를 쥐여줬습니다. 이러한 사연을 그의 SNS에서 접한 많은 사람이 마음을 한데 모으면서 무려 석 달 치 월세가 모였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향수 병으로 힘들어하는 스리랑카 아주머니를 위해 비행깃값을 내어 드린 일, 노숙 생활을 하면서 커피믹스로 끼니를 대신하다 위 천공이 발생 한 노숙자가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일 등 환자들과 쌓은 많은 추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칩니다. 도움을 줬던 환자가 외래를 왔 을 때 부쩍 건강해진 모습을 볼 때만큼 뿌듯한 순간도 없는데요. 이처럼 귀한 일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신동규 과장 의 큰 자부심입니다.
 

한편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병원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부 족한 상황입니다. “공공의료기관에서 보람을 찾는 의료진이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의학적 지식을 높이는 연수와 해외 파견 등 다양한 방 법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공공병원에 지원하는 의사도 많아지고 더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11일 신동규 과장은 인도주의 정신을 몸소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 회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소 외된 환자를 돌보며 묵묵히 진료에 임해온 공공병원 의료진에게 그 공을 돌렸습니다.

 

“저는 적십자 직원이자 의료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누구든 약자가 될 수 있고 이방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류애를 가 지고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애정과 관심으로 건네는 위로는 누군가에는 다시 일어설 힘이 되기 도 합니다. 신동규 과장은 적십자병원이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는 희 망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해야 할 일을 하며 묵묵히 걸어 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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