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선두에
한결같이 서 있겠습니다!

2023년 우리는 평범하고도 소중한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당연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3년 4개월이 걸렸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어느 해보다 인도주의 기관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엔데믹이라는 또 다른 낯선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든든한 희망의 등불이 되고자 달려왔습니다. 모든 위기의 순간엔 적십자가 함께 했습니다. 감염병 유행의 상처를 회복하고 더 낮은 곳에서 더 넓게 지원하며 새로이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재난은 어느 순간 일상이 되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크게, 더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 같은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재난구호 전문기관으로서 인프라를 지속해서 확보하고 현대화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자연 및 사회재난 구호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산불, 수해, 산사태 등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이재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 어디라도 희망의 바람이 닿을 수 있도록 힘차게 나아갔습니다.

아동·청소년, 노인, 이주민, 위기 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취약계층이 없도록 희망풍차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전담 병원 지정을 해제한 후에는 일반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등 병원 운영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역 필수 의료 거점으로서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또한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수혈용 혈액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헌혈자원 확보에 힘을 쏟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전 지구적인 위기와 아픔을 어루만지는 데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국제적십자운동과 연대하고 협력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서 고통받는 피란민을 지속해서 지원하고 전 세계 12개국의 재난 현장에 망설임 없이 달려갔습니다. 2월에는 강진으로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에 긴급구호단을 파견하고 구호품과 생필품을 즉시 지원했습니다. 또한 튀르키예 이재민을 위한 보금자리 주택단지 “한국-튀르키예 우정의 마을”도 건설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중단된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 사업을 재개했으며, 정부 및 유관 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이들이 잘 적응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한 행보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2023년에는 신규 봉사회를 결성하고 봉사원을 모집하여 적십자활동 기반을 확장하였으며, 인도주의 소명 의식과 핵심역량을 갖춘 휴머니타리안을 양성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아태 지역사회 구축을 지원했으며, 국제인도법과 적십자 이념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오랜 세월 동안 인류애를 실천하며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국 봉사원과 청소년적십자 단원, 헌혈자, 그리고 후원자 등 800만여 명의 적십자 가족을 포함해 모두가 힘을 모아줬기 때문입니다. 2023년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적십자 운동의 뿌리가 인간에 대한 사랑임을, 어떤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인류애를 실천하는 적십자 가족이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봉사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봉사자를 예우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인류라는 믿음으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선두에 한결같이 서 있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 철 수